카테고리 없음2011. 7. 14. 11:11


이거 너무 가져다 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말이 유행은 유행인가 봅니다.

<부실 드러난 '한강르네상스'…>, < '생태+관광+문화' 백마강 르네상스 시대 연다‎.>,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우리집 텃밭 캠페인>,  <알카에다, `聖戰'의 르네상스 이룰까>, < '원전 르네상스' 시대 저무나…> 그리고 수원시 르네상스센터(마을만들기센터)의 개소

대체로 르네상스의 의미를 어떤 사업이나 분야에서의 도드라짐, 혁신 또는 부흥으로 해석하는 모양입니다.  헌데 수원시의 ‘마을르네상스센터’는 그 의미를 ‘인간의 재발견’으로 정의 했습니다. 오호~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한데... 글쎄 그게 뭔지?


예전에는 르네상스의 의미가 무언지 대강 알았던 것 같은데, 새삼 다시 그 의미가 궁금해 져서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의 저자‘ 시오노나나미#에게 물어 봤습니다.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이란 책은 문답식 대화로 쓰져 있습니다.)

시오노나나미는 ‘왜’를 연발하는 지적 호기심이야 말로 “르네상스 정신”이라고 말합니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유럽, 유일신이 지배하는 중세사회에서 자신의 눈과 귀로 마주하고, 그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다는, 가당치도 않은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가당치도 않은 ‘정신 독립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인간 삶의 영역에 속한 많은 것을   변화 시킵니다.

그렇다면 저는 요~.  한강르네상스, 백마강르네상스, 화성르네상스를 왜 하는 지? 대체 인간 삶의 무엇을 변화 시키는 건지? 르네상스를 외치는 리더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혹시 말입니다. 21세기에 요구되는 르네상스 정신은 “자본(자원)과 기술로 부터의 독립” 아닐까요? 왜냐면 저 자신의 상상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자본과 기술이고, 그 도구들 때문에 지나치게 속도와 수익을 따지는 사회가 되버려서, 우리가 다른 가치를 발견할 여유는 오히려 줄어 버렸으니까요.     

한편으로 르네상스를 이해 할때는, 이탈리아가 가진 무엇이 사람들의 정신독립을 부추겼는지? 수세기가 지난 다음에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창조적 예술품을 남길 수 있었던 배경이 무언지?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마 교황청이 바로 옆에 존재 하는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라는 정신운동이 일어난 이유를 시오노나나미는 정말 길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민 자치 / 외국(아랍권)과의 교역 / 두뇌집단과 교육기관 / 출판과 언론의 자유 / 경제력과 문화에 대한 후원 …. 그리고 페스트(pest, 흑사병)

그런데 이탈리아가 위에서 언급한 충분조건들이 다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정신독립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영역이 또 다른 영역에 영향을 주면서 점점 많은 것들이 자주적인 형태가 되었던 것이죠.
“경제가 우선 발전해야 문화에 투자하지”, “교육이 잘못되어서 애들이 창의성이 없어” 따위의 사고는 르네상스 정신에 없습니다.

이탈리아가 그런 창조비지니스가 가능했던 이유중에는 물론  로마시대가 남긴 엄청난 (지적)자산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의 재발견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공유와 개방"이란 사회문화에 “민주적 리더쉽"을 더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의 이탈리아는 도시국가의 형태의 주민자치가 자연스러웠고, 서로가 적으로 싸웠던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었을 때도 아랍과 교역을 하고 문화를 배우기 위한 노력이 남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배워서 남주자는 식으로 교육과 문화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피렌체인은 자신이 상처를 입는 것도 불사할 만큼 까칠한 비판정신을 갖고 있는데, 그 비판을 거리낌 없이 수용하면서 점점 정치와 문화가 성장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 파리 같은 동시대에 창조비지니스로 유명한 도시들은 하나 같이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다른 지역보다 민주적 질서가 잘 자리잡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창의성은 공동체의 생산물" 이었던 거죠.


지금은 르네상스 시대 보다 훨씬 변화가 빠르고 범위가 넓어 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성장에는 공유와 개방에 ‘보편적 참여’가 필수 요소입니다. 더 많이 참여하는 쪽이, 더 다양한 문화로 섞일 수 있고, 더 많은 비판도 나오기 마련 이니깐요. 그런 다음에 일이 잘되기 위한 조율은 민주적 질서가 해야 될 역할 이겠지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혹시 주변 사람들 중에 르네상스 정신을 훼손하는 사람 없나요? 있다면 좀 멀리하시기 바랍니다.

막걸리 맛 폴라포를 만들어서 등산객에 팔면 어떨까?
기와 모양의 태양전지판을 만들어서 지붕을 덮으면 어떨까?
원자력 잠수함을 북한에 보내서 발전소로 쓰면 어떨까?

제가 이런 얘길 하면, 울 엄마 늘 그럽니다.
“저 시키 또 돈 안되는 생각 한다”고...
후 ~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네요.


2011년 7월

Posted by 버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