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이 광주광역시 시화마을(각화동)에서 있던 날, 좀 일찍 내려가서 광산구 수완동 동장님을 뵈었습니다.
동장도 주민 손으로…광주 수완동 새 자치 실험 (2014년 8월19일 한겨레)
2014년 8월 전국최초로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서 동장으로 임명되신 이성수 수완동 동장님.
평가야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전국최초로 주민들의 손으로 우리 동네 동장님을 선출한 자치의 실험인데, 궁금한 것은 많고 언론보도는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만남을 허락해 주시고, 다소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는 질문에 응답을 해주셔서 고마움을 먼저 전합니다.
그날 나누었던 이야기를 간추려서 글로 풀어 보겠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깐죽거리지 않고, 손석희 아나운서 마냥 질문 했습니다.
①질문) 먼저, 광산구에서 특히 수완동에서 주민 추천에 의한 동장선출(?)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언론보도에는 새로운 주민자치를 위한 도전이라는 의미만 부각되었는데, 그 시작이 왜 광산구이고 하필 수완동인지 궁금합니다.
공무원의 인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유별난 수완동 주민들의 요구, 특징이랄까?
답) 여기 광산구 수완동은 광역시로 편입되기 전에는 자연부락 형태의 농촌마을이었습니다.
97년 이후 신도시가 개발되고 입주를 시작한 이후로, 현재 인구 7만8천명의 거대한 행정동이 되었습니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자연스레 수완동을 둘로 나누자는 분리 요구가 있었고, 주민회의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민선6기 구청장 출범 이후) 광산구에서는 두개의 자치센터를 운영하는 예산도 부담되고 행정효율을 고려해서, 큰 동네를 유지하되 구청의 (국장급) 4급 공무원을 동장으로 배치하고 주민들께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
인구 7만 명 이상의 읍. 면. 동의 경우는 4급 공무원을 임명할 수 있다는 법이 있거든요.
결국 그것이 맞아 떨어져서(합의가 되어서?) 광산구 내부의 승진 대상자 4명을 동장후보로 주민들에게 내세우게 된 것입니다.
주민 모임의 대표님들, 아파트 입주자 대표님들 포함해서 희망하는 주민 600명을 선거인단을 모집했고, 그중 300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아 그리고 미리 신청하지 않아도 지역주민 누구나 투표할 수 있도록 열린 동장선거 였습니다.
②질문) 실제 동장선거 과정은 어떠했고, 이성수 동장님께서는 어떤 매력으로 주민들에게 낙점을 받으셨는지 좀 더 이야기 해주세요. 그리고 현재 그 약속(공약)들은 얼마나 실천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전에 수완동과의 어떤 인연이 있으신 건지? (학연, 지연, 친척들이 많이 살고 계시나요?)
답) 선거 홍보기간은 실제로 2~3일 정도의 여유 밖에는 없었어요. 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을 까봐. 승진 대상자들이 인연이 있는 주민들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든지…
주민 선거인단이 자리하시고, 교수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주민대표님들 이렇게 토론 패널도 모셔서, 동장 후보자 토론이 있었습니다. 미리 후보자들에게 공약을 준비 시켜서 선거 공보 형태의 자료도 주민들에게 나누어 드렸습니다.
저는 토론을 앞두고 미리 수완동에 근무했던 동료 공무원과 함께 온종일 마을 전체를 돌아(걸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약속드렸던 것이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나 요구가 있으면 일주일이내에 꼭 답변 해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마도 그 약속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마을 (수완동이 넓어서)이곳저곳을 번갈아 가면서 돌아보고요. 이렇게 수첩에 빼곡히 주민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적어 옵니다. 물론 모든 내용이 수용되거나 쉽게 처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 내로 다시 연락(답변)드립니다.
재미있어요. 마을을 돌아보면 내가 선택한 동장님이라고 쉽게 말 걸어 주시고. 봄. 가을에는 주민모임 참석하느라고 주말도 없답니다.
질문③) 아니 동장님이 그렇게 재미있고, 빼곡히 적어 오시면 (옆에 있는) 여기 주무관님 같은 분이 고생하시는 거 아닙니까? 주민자치센터나 구청에 계시는 공무원들도 변화가 있나요?
답) 우리 동에 계시는 직원(공무원)들이 고생이 많기는 합니다. 다른 동네 보다 인력이 많기는 하지만 동네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깐… 주민들에 의해 선택된 동장이라고 해서 뭐 특별한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동장 치고는 국장급인데다 구청장님이 신경을 써주시니깐. 광산구청 내에서 입김이 좀 쎄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질문④) 아 그리고 동장님 임기는 어떻게 되는지요? 주민들이 선택했어도 순환보직으로 2년을 넘길 수 없는 건가요? 재신임 투표라도 하는 건가요?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다른 동네에 이런 시도가 확산되지는 않나요?
답) 승진 코스로 동장추천이 이루어지다 보니 이런저런 (공무원 조직내의) 걱정거리와 다른 부작용이 있을 까봐. 1년간 임기를 보장하기로 하고 동장선거가 치루어 졌습니다. 1년이 지난 다음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나도 잘 모릅니다. 인사권은 구청장님께 있으니깐요.
광산구 내에서는 송정동, 도산동에서 이런 시도가 확대 될 것이고 , 전남 강진군에서는 이미 수완동과 같은 사례가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질문⑤) 수완동에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비롯한 마을만들기(공동체 활동), 이런 저런 주민 참여가 활성화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러한 주민참여 활동에 동장님과 주민자치위원들께서 어떤 식으로 역할(기여)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 광산구내의 (참여예산)시스템이 주민회의(참여예산위원회?)를 먼저하고 난 다음에 예산을 배정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우선순위 결정에) 동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수완동 자체적으로도 2천만 원 예산을 두고 공모 형태로 주민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마 광주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다양한 주민회의가 활발하기 때문에 동장이나 주민자치위원회가 동네 전체를 좌지우지 할 만한 힘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수완동은 아파트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아파트처럼 집단 주거지역 )입주자회의가 아니어도 주택단지 내에서도 주민모임이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우리 동네 자체적으로는 (광주 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동네라서) 청소년들의 교육환경을 좋게 하고, 부족한 체육시설을 늘리는 사업에 예산을 더 배정받거나 주민직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마을의 사업의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질문⑥) 동장 추천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확산되려면, 아예 주민 직접선거에 의한 동장 선거가 실제로 가능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동네의 범위(규모)는 어떠해야 할 까요?
질문⑦)책임 읍. 면. 동장 같은 제도(사업)가 있어도 실상은 권한은 없이 복지전달 체계의 고민만 동네로 떠안기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혹시 우리 동네의 주민세 만큼은 우리 동네에서 알아서 사용하게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요?
답) 커다란 동네이기는 합니다만 주민세를 낼 수 가구가 2만5천 세대입니다. 가구당 1만원씩의 주민세를 모은다면 2억5천만원 정도일 텐데. 그 정도로 우리 동네 도움이 필요한 분들(기초수급자)에게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입니다.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획예산실장 이었는데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보편적인 복지를 책임질 능력은 없습니다.
제가 공무원이고 보수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잖아요. 혁신적인 실험이라도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동네의 (생활권 범위)규모도 그렇고, 동네마다 세대적(연령) 차이가 크기도 하고. 공무원사회의 인사시스템도 그렇고….
질문⑧) 호남지역과 영남지역에서는 관건 부정선거의 우려 때문에 읍. 면. 동장을 주민 직접선거해야 한다고 주장도 있습니다만. 광주에서는 자살 사건도 있었으니깐요.
답) 선거에 개입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공무원의 자세가 아닙니다. 간혹 저에게도 공무원 그만두고 의회 진출을 도전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건넵니다만. 저는 공무원 생활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꿈입니다.
질문⑨) 에~ 마지막으로 계속 수완동장님 하고 싶으신가요? 아까 재미있다고 하셨는데. 구청장님이 다른 부서로 발령하고 그러면 엄청 서운해 하실 거 같은데요.
답) 제가 하고 싶다고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공무원은 어느 자리에 가도 주민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죠. ㅎㅎ 물론 다른 자리에서 수완동 주민들을 만나면 반가워서 인사는 건네고 맛있는 차라도 대접할 수 있겠지요.